단추는 수천 년 전에도 있었다, 그런데 단춧구멍은 왜 나중에 생겼을까?

셔츠를 입을 때 단추를 하나씩 잠그는 행동은 너무 익숙하죠.

구멍에 단추를 밀어 넣고 살짝 당기면 끝. 지퍼보다 느리긴 해도 별생각 없이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단추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조금 이상한 점이 있어요.

둥근 조각 하나를 옷에 달았다고 저절로 옷이 잠기는 건 아니잖아요?

반대쪽 천에 적당한 크기의 구멍이 있어야 합니다.

구멍이 너무 크면 단추가 자꾸 빠지고, 반대로 너무 작으면 잠그는 것부터 힘들어져요. 천을 그냥 가위로 잘라놓기만 해도 곤란합니다. 계속 사용하다 보면 가장자리부터 풀릴 테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단추에는 사실 두 가지 기술이 함께 들어가 있습니다.

하나는 단추.

그리고 다른 하나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단춧구멍'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둘이 처음부터 지금처럼 한 세트였던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처음부터 옷을 잠그려고 만든 건 아니었습니다

단추와 비슷한 물건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습니다.

고대 인더스 문명 유적에서도 조개껍데기 등으로 만든 단추 형태의 물건이 발견됐어요. 기원전 수천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죠.

그렇다면 당시 사람들도 지금 우리처럼 셔츠 단추를 잠갔던 걸까요?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초기의 단추 형태 물건 중에는 옷을 여미는 실용적인 잠금장치보다 장식이나 신분을 나타내는 물건에 가까운 것들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생각해 보면 단추 하나만 가지고는 지금과 같은 잠금장치를 만들 수 없습니다.

반대편에 단추가 들어갔다 빠져나올 수 있는 단춧구멍이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단추가 언제 처음 등장했는가'와 '단추로 옷을 잠그기 시작한 시기는 언제인가'는 조금 다른 질문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단추가 발견되면 당연히 옷을 잠그는 데 썼겠거니 생각했는데, 이 부분을 알고 나니 단추를 보는 관점이 꽤 달라졌습니다.

물건이 존재한다고 해서 지금과 같은 용도로 사용됐던 건 아닌 거죠.

진짜 중요한 변화는 단춧구멍과 함께 왔습니다

지금 입고 있는 셔츠가 있다면 단춧구멍을 한번 가까이서 보세요.

천 한가운데 길쭉한 틈이 있고 그 주변을 실이 촘촘하게 감싸고 있을 겁니다.

왜 굳이 주변에 실을 박아놨을까요?

천은 한번 잘라놓으면 끝부분이 쉽게 풀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같은 구멍에 단추를 수십 번, 수백 번 넣었다 뺐다 한다면 단순히 천에 칼집만 내놓는 방식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겠죠.

그래서 구멍의 가장자리를 촘촘하게 마감합니다.

이렇게 하면 천이 쉽게 풀리는 것을 줄이면서 반복적으로 단추를 넣고 뺄 수 있어요.

단순해 보이지만 이 구조 덕분에 단추가 제대로 된 잠금장치 역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유럽에서는 중세에 몸에 좀 더 밀착되는 형태의 의복이 발달하면서 기능적인 단추와 단춧구멍이 중요해졌습니다.

끈이나 다른 고정 방법과 달리 옷의 여러 지점을 비교적 촘촘하게 여밀 수 있었거든요.

여기서 옷의 모양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천을 몸에 두른 다음 끈으로 묶는 방식과 여러 개의 단추를 일정한 간격으로 잠그는 방식은 옷이 몸에 맞는 정도부터 다르니까요.

결국 작은 단춧구멍 하나가 옷의 형태를 만드는 데도 영향을 준 셈입니다.

그런데 단추에는 왜 구멍이 두 개 또는 네 개 있을까요?

이번에는 단추 자체를 볼까요?

집에 있는 셔츠를 몇 벌 비교해 보면 구멍이 두 개 있는 단추도 있고 네 개짜리도 있을 겁니다.

이 구멍은 단추를 천에 꿰매기 위해 필요합니다.

실을 구멍 사이로 여러 번 통과시켜 천과 단추를 묶어두는 거죠.

그런데 모든 단추에 앞쪽 구멍이 있는 건 아니에요.

코트나 재킷에 달린 단추를 보다 보면 앞에서는 구멍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뒤집어 보면 이유를 알 수 있어요.

단추 뒤쪽에 작은 고리처럼 튀어나온 부분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이런 형태를 'shank button'이라고 부르죠.

실은 앞쪽 구멍이 아니라 뒤의 고리를 통과합니다.

덕분에 앞에서 봤을 때 단추 표면이 깔끔하게 보이고, 장식적인 모양을 만들기도 좋습니다.

두 방식 중 무조건 하나가 더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셔츠처럼 얇은 옷에서는 납작한 단추가 잘 어울리고, 두꺼운 옷에서는 단추와 천 사이에 어느 정도 공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까요.

같은 단추인데 옷에 따라 구조가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단추를 너무 꽉 꿰매면 오히려 잠그기 불편할 수도 있어요

떨어진 단추를 직접 달아본 적이 있다면 이런 경험이 있을 겁니다.

안 떨어지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실을 꽉 잡아당겨 여러 번 꿰맵니다.

튼튼해 보이죠.

그런데 막상 단추를 잠그려고 하면 불편할 때가 있어요.

특히 천이 두꺼우면 더 그렇습니다.

단추가 천에 너무 바짝 붙어 있으면 반대쪽 천이 단추 아래로 들어갈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단추를 잠근 상태를 옆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쉬워요.

단춧구멍이 있는 천도 결국 단추 아래쪽으로 조금 들어가야 하잖아요?

그래서 옷의 두께에 따라 단추와 천 사이에 약간의 여유를 두기도 합니다.

납작한 단추를 달 때 실로 작은 기둥처럼 여유 공간을 만들어주는 방식도 있고요.

평소에는 단추가 안 떨어지는 것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얼마나 단단하게 붙어 있느냐'와 '얼마나 편하게 잠기는가' 사이에도 균형이 필요합니다.

작은 부품인데 은근히 따질 게 많죠.

남성복과 여성복은 왜 단추 방향이 다를까요?

셔츠를 비교하다 보면 꽤 유명한 차이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서양식 의복에서는 남성복과 여성복의 단추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남성 셔츠는 착용자를 기준으로 오른쪽에 단추가 있고, 여성 블라우스는 왼쪽에 단추가 있는 형태가 흔하죠.

그런데 왜 굳이 반대로 만들었을까요?

여기에는 여러 설명이 전해집니다.

상류층 여성의 경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옷을 입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옷을 입혀주는 사람의 손을 기준으로 단추 방향이 정해졌다는 설명이 대표적입니다.

남성복 방향에 대해서는 스스로 옷을 입는 관습이나 무기 사용과 연결해서 설명하기도 하고요.

다만 조심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 차이에 대해 인터넷에서는 하나의 이야기가 마치 확정된 정답처럼 퍼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실제 역사적 기원을 한 가지 이유만으로 명확하게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의복 관습은 시대와 지역, 계층에 따라 달랐으니까요.

그래서 '왜 방향이 다른가'를 볼 때는 특정한 일화 하나를 사실처럼 외우기보다 과거 의복 관습 속에서 굳어진 차이가 오늘날까지 이어졌다고 이해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리고 요즘 옷에서는 이런 전통적인 구분을 따르지 않는 제품도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단추 재료를 보면 시대가 조금씩 보입니다

단추의 재미있는 점은 재료에 제한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나무로도 만들 수 있고 금속으로도 만들 수 있어요.

조개껍데기의 진주층을 이용한 자개 단추도 있고, 뿔이나 뼈 같은 재료가 사용된 적도 있습니다.

유리와 도자기로 만든 단추도 있었고요.

그리고 산업화 이후에는 다양한 합성수지 재료가 널리 사용되면서 우리가 흔히 보는 플라스틱 계열 단추도 대량으로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옷장에 있는 셔츠 단추를 자세히 보면 대부분 비슷해 보여도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빛을 비췄을 때 은은하게 무늬가 보이는 것도 있고, 완전히 불투명한 것도 있죠.

표면을 일부러 거칠게 만든 단추도 있습니다.

단추는 크기가 작아서 옷 전체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얼마 되지 않지만 색이나 광택이 달라지면 옷의 인상이 꽤 달라집니다.

그래서 단추는 잠금장치이면서 동시에 장식품이라는 오래된 역할도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초기의 단추가 장식적인 목적으로도 사용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재미있는 부분이에요.

용도는 확장됐지만 옛 역할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니까요.

지퍼가 나왔는데도 단추는 왜 사라지지 않았을까요?

여기서 앞편의 지퍼와 연결해 보면 재미있습니다.

편리함만 따지면 지퍼가 압도적으로 좋아 보입니다.

셔츠에 단추가 열 개 달려 있으면 하나씩 잠가야 하지만 지퍼라면 한 번에 올릴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모든 옷이 지퍼로 바뀌어야 할 것 같은데 실제 옷장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셔츠에는 여전히 단추가 달려 있고 코트에도 큼직한 단추가 흔합니다.

이유는 단추만의 특징이 있기 때문이죠.

우선 일부만 잠그기가 쉽습니다.

셔츠 맨 위 단추 하나를 풀 수도 있고, 재킷의 가운데 단추만 잠글 수도 있어요. 각각의 잠금 지점이 서로 독립되어 있으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망가졌을 때도 비교적 단순합니다.

단추 하나가 떨어졌다면 그 단추를 다시 꿰매거나 비슷한 단추로 교체할 수 있죠.

디자인 측면에서도 활용하기 좋고요.

결국 새로운 기술이 나왔다고 이전 기술이 무조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지퍼는 빠르게 여닫는 데 강점이 있고, 단추는 단추대로 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둘은 지금도 같은 옷에서 함께 사용되기도 합니다.

바지 앞부분에는 지퍼가 있고 허리에는 단추가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단추 하나를 자세히 보면 옷의 구조까지 보입니다

단추를 알아보면서 의외였던 건 단추 자체보다 주변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단추만 떼어 책상 위에 올려두면 그냥 구멍 뚫린 작은 원판이에요.

그런데 옷에 달리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어느 위치에 달 것인지, 반대편 단춧구멍은 얼마나 크게 만들 것인지, 천의 두께만큼 여유를 얼마나 둘 것인지까지 맞아야 제대로 작동합니다.

단추 하나가 제대로 잠기려면 단추 혼자 잘 만들어져서는 부족한 거죠.

다음에 셔츠를 입을 때는 단추보다 단춧구멍을 한번 살펴봐도 재미있습니다.

가장자리에 실이 얼마나 촘촘하게 둘러져 있는지, 단추보다 구멍이 얼마나 큰지 비교해 보세요.

매일 손으로 만졌으면서도 의외로 처음 보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마무리

단추는 수천 년 전까지 흔적을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된 물건입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지금처럼 옷을 잠그는 용도로만 사용된 것은 아니었어요. 장식적인 역할을 하던 단추가 있었고, 이후 제대로 마감된 단춧구멍과 결합하면서 실용적인 잠금장치로서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단추의 역사를 볼 때 단추만 보면 절반밖에 못 보는 셈입니다.

반대쪽에 있는 작은 구멍까지 함께 봐야 하죠.

그리고 지퍼가 등장한 뒤에도 단추는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서로 잘하는 일을 나눴어요.

빠르게 길게 닫아야 할 곳에서는 지퍼가 편하고, 각각의 위치를 따로 여닫거나 장식적인 효과까지 필요할 때는 단추가 여전히 쓸 만합니다.

옷장 안에 오래된 방식과 새로운 방식이 나란히 살아 있는 셈이죠.

다음 편에서는 옷을 입는 이야기가 아니라 옷을 벗은 뒤 어디에 걸어두는가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매일 옷장 안에서 보는 그 삼각형 모양.

옷걸이는 대체 왜 지금 같은 모양이 됐을까요?

FAQ:

Q1. 단추는 처음부터 옷을 잠그는 용도였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주 오래된 단추 형태의 유물 중에는 실용적인 잠금장치보다는 장식 등에 사용된 것으로 해석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후 기능적인 단춧구멍과 결합하면서 옷을 여미는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Q2. 단춧구멍 주변에는 왜 실이 촘촘하게 박혀 있나요?

천에 단순히 틈만 내면 반복해서 사용할수록 가장자리가 풀리거나 손상되기 쉽습니다. 주변을 실로 마감하면 형태를 유지하면서 단추를 반복적으로 넣고 빼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Q3. 지퍼가 훨씬 빠른데 단추를 계속 사용하는 이유가 있나요?

단추는 각각 독립적으로 열고 닫을 수 있고 디자인 요소로 활용하기도 좋습니다. 하나가 떨어졌을 때 개별적으로 다시 달기도 비교적 간단하죠. 그래서 지퍼가 널리 사용되는 지금도 셔츠, 재킷, 코트 등에서는 단추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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